독일에서 가장 무섭고 깐깐한

교장선생님

 

새벽에 출근, 식기세척기부터 정리하는 교장

"독일에서 가장 무섭고 깐깐한 교장선생님"이란 말이 얼마 전부터 독일 사회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도대체 독일학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명을 가진 이 교장은 어떤 사람일까?

새벽 4시 45분, 베를린의 프리드리히 베르기우스 레알슐레(실업학교) 미하엘 루돌프 교장은 이 시간이면 정확히 교문을 들어선다. 4시 45분이면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모두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다.

그는 교장실에서 그날 처리할 서류와 계획을 간단히 점검하고 교사들이 드나드는 교무실 부엌으로 간다. 전날 오후에 돌리고간 식기 세척기의 그릇들을 꺼내어 깨끗이 물기를 닦아 정리하고 커피를 내리는 일은 아침마다 빼 놓지 않고 하는 미하엘의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다.

“왜 교장이 교사들이 쓴 그릇을 정리하고 커피를 내립니까?”

“나는 이 학교의 책임자고 대표이기 때문에 모든 교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또한 선생님들은 내게 가장 소중한 동료지요. 그들이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교장의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루돌프 교장은 한 TV 다큐프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지각하면 운동장 청소

6시 30분, 한두 명의 학생은 항상 이 시간에 학교에 온다. 아직 수업이 시작하려면 한시간이나 남았지만 전날 스트라프아르바이트(Strafarbeit, 벌로 해야 하는 자습이나 청소 등의 일)를 받은 학생은 1시간 전에  등교 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핸드폰 소리를 울리게 하는 등, 학교 조례로 정해둔 규칙을 어긴 학생이다. 루돌프는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와야 했는지’ 학생과 차분히 대화를 나누며 잘못을 인지시킨 후, 스트라프아르바이트로 운동장의 휴지를 줍는 일을 시킨다. 수업시간 핸드폰이 울린 학생은 5주 동안이나 1시간 일찍 등교해서 운동장 청소를 해야 한다.

7시 25분, 학교의 현관문을 미하엘이 직접 연다. 그는 약 5분 동안 전교생이 모두 들어갈 때까지 현관에 서서 학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다음 정확히 7시30분이 되면 직접 현관문을 걸어 잠근다. 수업 시작하기 5분 전이다.

지각생은 미하엘에게 직접 ‘왜 시간을 지키는 일이 중요한지, 왜 지각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인지’에 대해 잔소리를 엄청 들은 후 두 번째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교실에 들어갈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엔 쓰레기통과 집게를 들고 운동장에 나가 휴지를 주워야 한다.

루돌프가 이 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만해도 지각을 해서 현관문 밖에 서있었던 학생은 3,4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엔 많아야 한두 명, 그때 비하면 거의 없는 것과 같다. 이토록 지각생을 엄격하게 다루는 이유는 학생들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함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게으름으로 다른 사람이 수업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미하엘 교장의 이야기가 TV를 통해서 소개되자 독일인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지각을 했다고 운동장 청소를 시키는 스트라프아르바이트는 오늘날 독일학교에서는 드문 벌이다.

한 교육심리학자는 “학생이 지각을 했다고 운동장 청소를 시키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지각을 하면 벌보다는 그 원인을 상세히 들어봐야 하고 학생은 당연히 교실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루돌프 교장의 교육방법을 비난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독일 학교는 지각생에게까지 스트라프아르바이트를 주지는 않고 교사가 자율적으로 점수에 약간 반영하는 경우는 있다. 루돌프는 지각은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것 말고도 10년 동안 매일 5분씩 수업에 늦게 들어가면 1년간 결석하는 것과 같은 시간이라며 수학적인 근거를 내놓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는 학생 리스트

이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가려면 교장에게 먼저 신고해야 한다. 교장실에 있는 [수업시간 화장실 가는 학생리스트]에 이름을 쓰고 열쇄를 받아 볼일을 보고 다시 반납한다.

이는 정말 소변을 보러가는 사람도 있지만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나 다른 이유로 화장실을 드나드는 습관을 바로 잡기 위함이라고 한다. 화장실 가기 위해 교무실에서 이름 쓰고 열쇄까지 들고 들락거리는 것이 싫으면 휴식시간을 이용하라는 소리다. 생리현상까지 컨트롤하는 이런 학교는 독일에서 정말 처음 들어 보았다.

학생들끼리의 가벼운 다툼에 대해서도 그는 용납하지 않는다. 예전에 학교 식당에서 싸운 학생에게 6주 동안이나 식당 출입 금지령을 내려 학부모의 항의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루돌프의 엄격한 교육에 만족하는 학부모들이 더 많다고 한다.

독일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레알슐레(실업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김나지움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나쁜 경우다. 당연히 김나지움에 비해 문제아도 많고 폭력적인 학생도 많으니 부모들의 고민 또한 클 것이다. 그런 부모들에게 루돌프 교장의 교육방법은 가뭄에 단비처럼 환영받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때는 문제만 일으키고 낙제를 간신히 면했던 학생이 바른 생활은 물론이고 성적까지 오르게 된 경우가 많으니 부모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난 2005년, 루돌프가 교장으로 오기 전 이 학교는 정원 116명에 턱없이 부족한 39명이 신입생으로 지원할 정도로 평이 나쁜 학교였지만, 최근엔 갈수록 지원자가 늘어 입학 경쟁이 생길 정도로 인기학교가 되었다. 교장 한사람이 문제학교를 모범학교로 변화시킨 것이다.

학교의 독재자인가, 훌륭한 교육자인가?

체육시간 체육복을 잊어버린 사람도 운동장 청소를 시킬 정도로, 아무리 작은 학칙을 어겼어도 그는 용서하지 않고 잘못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면서 학생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벌을 준다.

이런 교육, 아무리 이 학교에 학생을 보내는 수많은 부모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해도, 독일인들에게는 놀라운 학교다. 루돌프 교장에 관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그는 완벽한 교육자, 훌륭한 교장이란 찬사와 함께 독재자와 같은 교장, 벌로써 가르치는 무지한 교육방법, 비교육적 교장 등의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과연 이런 벌이 허락 되는가 부터 문제였다. 사실 법적으로 정확히 따지자면 독일학교에서 스트라프아르바이트는 본래 금지 되어있다. 벌로써 공부를 시키는 것조차 금지한다.

핸드폰과 같은 개인의 소지품을 압수해서 교장 마음대로 하루도 아닌 4,5주라는 장시간 동안 금고에 넣어둘 권리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설전이 오갔다. 또한 새벽부터 학교 운동장을 청소하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부과하는 벌이 교육적인가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만일 그가 인품이 부족했거나 엄격한 교육이 성과로 나타나지 않았다면 용서받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런 교육방법을 통해 많은 문제아를 변화시킬 수 있었고 전체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무섭고 깐깐하다니 소리 버럭버럭 지르고 야단이나 잘치는 교장을 상상하면 안된다. 그는 시종일관 친절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학생과 대화 하고,  교칙에 정해둔 대로 스트라프아르바이트를 줄 뿐이다. 물론 간접체벌도 아니고 직접 체벌은 더더욱 아닌 학교를 위한 봉사활동을 강조하는 것이다.    

루돌프 교장의 이야기는 독일교육계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왔다. 여전히 미하엘의 교육관에 관한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과연 그는 학교의 독재자인가, 훌륭한 교육자인가?”

                                                             ** 이 글의 수정본은 월간 꼬망세에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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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터킨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