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2주전,

파티로 들떠있는 독일학생들

 

독일에서 수능시험인 아비투어를 무사히 마친다는 것은 집안의 자랑이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점수여야 자랑이 아니라 꼴찌로라도 합격만 하면 축하 받을 일이다. 

1점부터 6점까지의 점수 분포에서 아비투어 평균이 4점 미만이면 불합격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대학 원서를 낼 자격이 없고 재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학교의 경우는 전 학년에서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격이다.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보통 끝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은 합격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합격한다고 5학년 때 함께 시작한 친구들이 모두 끝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자의로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전학 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잘못을 해서 퇴학을 당한 경우, 유급이나 월반을 한 학생 등, 우리 아이들 학교는 보통 5학년 때 다섯 학급으로 시작을 하면 네 학급 정도만 무사히 졸업 한다.

그러니 모든 학생이 아비투어를 합격한다는 의미를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13학년 정도 되면 이미 공부에 취미가 없다든지 지나치게 실력이 없는 학생들은 인문계인 김나지움에서 실업학교인 레알슐레로 전학을 갔고, 3년간의 아우스빌둥(직업교육)이 끝나는 시기다.

김나지움 13학년인 큰아이가 곧 아비투어를 앞두고 있다. 다음 2주 동안 부활절 방학이 끝나면 1,2주에 한 과목씩 총 4과목의 본고사를 본다. 이 번 주가 방학 전 마지막 주, 1주일 동안 아비투어 축제로 전 13학년 아이들이 둥둥 떠 있다. 2주 후면 본격적인 시험이 시작되는데 마치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은 모습이다.

오늘 오전에는 분장을 해야 한다며 아빠 양복바지에 뿔테 안경을 끼고 학교에 갔다. 주제가 스트레버(공부벌레)라고 한다. 요맘때 즈음에 버스를 타거나 시내에 나가면 이상한 분장을 하고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아비투어 축제 중이다.

그리고 저녁엔 아비콘서트가 있다고 해서 작은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아비투어를 앞두고 마지막 주에 하는 큰 행사다. 이 축제에 가 보면 독일 아이들이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 학년이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연습해서 부모들과 선생님, 후배들을 초대하여 한바탕 실력을 보여주는 날이다. 이 행사를 위해 벌써 몇 개월 전부터 팀별로 연습을 한다더니, 일주일 전부터는 아예 학교 가면 공부는 대충하고 연습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콘서트고 작은 아이를 데리고 가야해서 1시간 정도만 보다오려고 했다. 그런데 작은 녀석이 너무 재미있다며 오지 않으려는 통에 밤 11시까지 꼬박 자리를 지켜야 했다. 작은 아이도 작은 아이지만 내게도 흥미로운 음악회였다.

음악회가 끝나고 13학년 모두 시내에 술집을 빌려 2차를 간단다. 2차후에는 한 친구가 모든 학생들을 자기 집에 초대해서 또 밤 세워 논다. 그렇게 놀고도 시험 바로 전까지, 정말 무지하게 논다.

이 시기에 아비투어 파티가 있는 이유는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시험 끝나고 풀면 안 되는 거야?”라고 큰아이에게 물었더니, 그건 안 된단다. 그때는 개인마다 계획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아비투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다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축제는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해지면서 코끝이 찡해 오기도 했다. 나는 학력고사를 앞두고 2주일 전에 어떻게 보냈었나. 하루 종일 책을 보고 앉아 있어도 불안했던 것 같다. 빨리 지겨운 순간들이 지나가길 바라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웠었다.

우린 왜 이게 안 되는 걸까? 왜 이런 여유가 없는 것일까? 이들의 학창시절은 원 없이 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우리에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엄격한 과정이다. 그것도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나야만 칭찬받을 수 있는. 

                                                             ** 이 글의 수정본은 광주교사신문에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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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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