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적지 않은 세월 독일에 살면서 이들에게서 보이는 보편적인 특성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경험할수록 독일에 오기 전에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독일인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었던지 재삼 확인하곤 한다.

 

서구 선진국, 특히 유럽이나 아메리카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은 분명 개성이 강하고 진취적이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표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개성이 강하고 진취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일면 맞는 부분도 있기도 하지만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서슴없이 자기표현을 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많이 변했다. 어디서나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독일인은 의외로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상대가 강압적이라거나 주눅이 들어서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타인과의 관계나 공공장소에서 눈치를 보는 일에 익숙하다. 또 먹고 입고 자신을 치장하기 위해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혹시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항상 주변을 살피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본다. 어른들의 이러한 생활태도나 의식은 가정교육을 통해 자녀들에게로 이어진다.

 

독일 엄마들의 양육태도를 보면서 눈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적이 많았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독일 아이들은 눈치가 참 빨랐다. 아니 교육을 통해 눈치 빠른 아이로 키워지고 있었다. 이들은 눈치 없이 천방지축인 아이에게 순진하다는 긍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 남을 생각할 줄 모르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회부적응 아동으로, 혹은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분류한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문밖을 나서기만 하면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는 안전과 남의 눈치를 살피라는 이야기다. 시내에서 쇼핑을 하다가도 뒷사람이 바쁘게 길을 재촉하는 모습이 보이면 아이에게 옆으로 기대서서 뒷사람이 자나갈 때까지 기다리게 한다. 앞사람이 아니라 뒷사람까지 신경 쓰게 하는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다른 손님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앉아 음식을 먹는 예절은 아주 당연한 교육이다.

 

어른들도 그럴 수 있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은 길을 가다가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목발을 짚고 있는 장애인을 만나면 자신과 다른 모습이 신기해서 빤히 쳐다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독일 아이라면 보고 싶어도 눈치 빠르게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릴 것이다. 장애인의 기분과 혹여 타인의 눈빛 때문에 그가 받을 수도 있는 상처를 생각하고 스쳐 지나가면 그만인 시선 하나도 함부로 고정시키지 않는다. 눈치 없이 자란 아이라면 여기까지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춘기 소녀들이 친구들끼리 웃음을 참지 못해 깔깔거리는 경우는 가끔 본 적 있지만 공공장소에서 크게 웃거나 목청을 높여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지금도 나는 슈퍼마켓이나 레스토랑에서 가끔 내 목소리에 내가 놀랄 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무심코 이야기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예전 습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세 살 때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듯 이 나라에 살만큼 살았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목소리를 조절하는 일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또한 행동하기 전에 주변의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는 일도 내게는 좀 더 세월이 필요한 모양이다. 거리에서나 문화공간에서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살피며 천천히 움직여야 할 때가 많지만 언제나 몸부터 나가버리고 나서 ‘아차!’ 할 때가 허다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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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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