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하고 담담한 사제관계

극단적인 폭력에 가까운 체벌을 일삼는 극소수 교사를 제외하고 제자에게 회초리를 드는 스승의 마음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국인의 정서상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나 형제가 자기 자식 혹은 동생을 가르치다보면 속이 터져서 손부터 올라가게 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내 자식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관심이 인내에 한계를 가져오는 것이지요.

독일인들이 우리보다 약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체벌이 없이도 큰 어려움 없이 아이들을 통솔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하나는 당연히 엄격한 법과 제도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에게 체벌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교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형사상의 문제가 되겠지요.

다른 하나는 남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 갖지 않는 이들의 정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를 통해 자주 듣는 독일 교사들이 하는 습관적인 말이 있습니다. '이건 네 공부지 내 공부가 아니야. 네가 잘하든 못하든 난 상관없어, 너만 손해야!' 너 때문에 내가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지요.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이런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면 아마 자질 없는 무책임한 교사라고 지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독일 학생들과 부모들은 이 말에 서운하다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주지시키지요. 

잘못가고 있는 제자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부족하단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너는 너 나는 나, 끈끈한 사제지간의 정으로 맺어진 관계라기보다는 썰렁할 정도로 담담하지요. 그러다보니 문제 학생 때문에 교사가 흥분하거나 과민반응을 일으킬 일도 흔치 않겠지요. 우리가 보통 내 자식 보다는 남의 자식 문제에 관대한 것처럼.
   

의외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체벌금지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하는 선생님도 있더군요. 요즘 아이들, 아니 우리 때도 그랬지요. 요즘 아이들은 무섭다고, 못 말린다고.

요즘 학생들이 한심한 것은 독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릴 때부터 철저히 자신의 인권에 대해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 왔고, 자기표현을 거침없이 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더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체벌 대신 엄격한 교칙이 존재하고 실효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독일 교사들은 체벌이 절대 금지 된 학교에서 어떻게 문제 학생들을 통솔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독일학교는 체벌이 없는 대신 엄격한 교칙이 존재하고 실효성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수업시간에 계속해서 교사에게 예의에 벗어난 말대꾸를 한다든지 수업을 방해하면 교사는 그 학생에게 교실에서 나갈 것을 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될 경우 문제 학생에 대한 지도를 교장에게 넘겨버립니다. 숙제를 세 번까지 해오지 않았을 경우에는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사실을 알립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에게 불려 가는 처분과 부모에게 편지 보내는 것을 을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합니다.  

또 폭력 사건이나 마약 등, 학생 신분에 벗어난 일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학부모와 상담하고, 담임선생님과 교장, 교감 등 문제 학생과 관련된 모든 교사들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문제의 정도를 심사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토론합니다. 회의 결과에 따라 경고장이나  반성문 정도의 가벼운 벌로 끝날 수도 있지만 심하면 퇴학 처분을 받게 됩니다. 

독일교사들 참 쉬워 보이지요? 그런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독일에서 가장 정신병원을 많이 찾는 직업군이 교사라고 합니다. 수많은 교사들이 우울증과 신경과민 등 각종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답니다. 겉으로 보이는 냉정함의 이면에는 수 없는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통계지요.^^

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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