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서실에서 공부 하는 거야?

“학생들이 왜 여기 모여서 공부를 하는 거야? 집도 있는데.”
“왜 여기 모여서 공부 하냐고?”
“그렇잖아, 집 두고 왜 하필 불편한 도서관에 모여서 하는 거야?”
“글쎄……. 왜 그런지 오늘 하루 종일 경험해 보고 나서 이야기 하자.”

한국 도서관을 처음 들어가 보는 큰아이가 넓은 열람실 가득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습니다.

방학동안 한국으로 휴가를 온 큰 아이는 오는 9월이면 12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됩니다. 아무리 공부를 대충해도 되는 독일이란 나라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인데 고3이 뻔뻔스럽게 놀기만 하는 것이 이 엄마를 걱정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약속을 했습니다. 여행을 다니지 않는 날은 한 두 시간이라도 책을 보기로 했지요. 녀석도 양심은 있었는지 마냥 놀기만 할 생각은 아닌 듯 했습니다. 

집은 우리 집도 아니고 좀 어수선 한 것 같아 도서관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 기회에 말로만 듣던 한국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경험도 좀 해보게  할 생각이었지요.

엄마도 이렇게 공부했어

일산에 살다가 갔지만 처음 가보는 일산 백석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저도 필요한 책을 찾아 볼 겸 온 가족이 함께 갔지요. 아이에게 공부 할 수 있는 자리를 보여주기 위해 3층 열람실로 바로 올라갔더니 이미 책상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빈 자리가 언제 나는 거냐고 물었더니 1층에서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어리둥절한 큰 녀석을 끌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자동 인출기에서 대기표를 받고 보니 최소한 1시간 반은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 시간 반이나?”
큰 아이는 익숙하게 엉덩이 붙일 곳을 찾고 있는 엄마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집 두고 왜 이 짓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신 물었습니다.

“엄마도 이렇게 공부했어. 지금은 그래도 천국이다. 에어컨이 나와서 시원하고 여긴 쉴 수 있는 공간도 많고. 우리 때는 찜통더위 속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이렇게 했어”
“아니 그게 아니고 집 두고 왜 여기 모여서 하냐고?” 
“그건 오늘 네가 직접 경험해 보고나서 엄마에게 설명해 봐, 사람에 따라 이유가 다를 테니까.”
“어이구~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 해주고…….”

한국 도서실 체험담

독일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고, 도서관은 책을 빌리고 보는 곳이라는 의미 이상을 생각 본 일이 없으니 큰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구시렁거리는 녀석에게 제대로 대꾸도 해주지 않은 채 시간이 되어 열람실로 들여보냈습니다. 영어책 한 권 달랑 들고는 어색했는지 쭈뼛쭈뼛 머리를 극적이며 들어가는 모습이 뒷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웃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한 세 시간 정도가 지나니 오늘 공부 다 했다고, 더 이상 머리에 안 들어간다며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나왔습니다. 그동안 작은 아이와 나는 어린이 동화책도 읽고 식당에서 밥도 사먹고 시청각실에서 상영해 주는 영화도 한 편 보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지요. 도서관을 나와서 시원하게 팥빙수를 시켜놓고 큰 아이의 3시간 열람실 체험담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내 오른 쪽 옆자리 남학생은 내가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거의 잠만 자는 거야. 왜 집에서 안자고 거기 와서 불편하게 자는지 정말 이상 하더라고. 왼쪽 옆자리 여학생은 두꺼운 종이로 옆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칸막이를 쳐 놓고 그 위에 얇은 이불을 씌우고는 그 안에서 공부를 하는 거야. 볼 수가 없으니 더 궁금한 거 있지.

그 여학생이 화장실을 가려는지 밖으로 나가기에 얼른 책상을 넘겨다봤지. 완전히 살림을 차렸더군. 칫솔에 탁상시계에 간식거리에... 그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없는 것 없이 들어차 있더라고. 너무 재미있어서 히죽거리며 보고 있는데 화장실 간 줄 알았던 여학생이 뭘 잊었는지 다시 들어오면서 나를 짝~ 째려보더니, 나가면서 이불로 책상을 덮어 버리는 거 있지. 완전히 창피 해 죽는 줄 알았어.

내 앞자리와 몇몇 책상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엄마가 수시로 들어오는 거야 .그러면서 ‘뭐 필요한거 없니?, 아까 말한 그 책 있잖아, 서점에서 찾아보니까 없던데 인터넷으로 주문해야겠다. 이따가 저 번에 거기 있지? 그리로 와라.’라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엄마가 아이들이 뭐 공부하는지 신기하게도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이렇게  20분쯤 두리번거리다가 갑자기 혼자 바보가 된 느낌이 들더랍니다. 또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자꾸 보니 불현듯 자기도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일어나 책을 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떤 때 보다 집중이 잘 되어 2시간 반 동안을 정신 없이 공부삼매경에 빠져들었답니다. 그러나 정확히 두 시간 반이 지나니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읽던 자리를 반복해서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벌떡 일어나 나온 것입니다.

너무 불쌍한 여학생

열람실을 나오던 큰 아이는 입구에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합니다. 어떤 얌체 여학생이 대기표 없이 새치기를 하기 위해 우리 아이에게 접근했습니다.

“저~ 지금 나가시면 표 좀 제게 주실 수 있어요?”
너무 불쌍한 눈빛을 하고 쳐다보며 말을 걸어오는 데 도저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독일에서 만일 엄마가 그런 경우를 당했다면 비난하고 난리가 납니다. 가끔 당했던 비슷한 경우가 생각나서 당장 복수를 했지요.

“그래서 그걸 줬어?”
“응, 너무 불쌍해 보여서 안줄 수가 없었어.”
“야, 이 엄마가 그런 짓을 했으면 완전 비웃었을 거 아냐!”
“그런데 그 여학생은 내가 표를 주지 않으면 자기 엄마에게 무지 혼날 것 같은 얼굴이라 서....”

변명은 하면서도 스스로도 당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경우엔 동정심이란 것이 전혀 없거든요.
‘저기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안보여요? 당신은 양심도 없습니까?’라고 면전에서 망신을 줄 것이 뻔합니다.

“그건 그렇고, 왜 아이들이 도서실에 모여서 공부하는지 이제 알겠어?”
“아, 그거? 세 시간 동안 정확히 알아냈어. 혼자 공부할 때보다 집중이 몇 배나 잘되는 거 있지. 나 두 시간 반 동안 완전 책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오~ 바로 그거야. 그런데 실컷 놀다가 공부 좀 해 보니 기분이 어때?”
“처음엔 들어가기 싫었는데, 지금은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어.”
“너도 학생은 학생이구나. 우리 매일 이렇게 해 볼까? 그럼 매일 기분 좋아질 것 아냐.”
“엄마 근데 나 놀면 기분이 더 좋아지거든.”
“그럼 그렇지 잠시라도 착각한 내가 한심하다.”

여하튼 한국에 와서 중요한 경험을 한 하루였습니다.^^

오는 7월31일(토요일) 3시에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파주자유학교[경기도 파주시 문발리 파주 출판문화정보단지 511-2번지] 중등과정에서 

만남이 있습니다.

일산이나 파주 등지에 사시는 분들중에 

대안학교인 파주자유학교나 독일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오세요.^^

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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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자라지 2010.07.26 06: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들어가기는 힘들지만...
    다녀오면 나름 뿌듯한 마음이 들지요...ㅋ
    근데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요...ㅋ

  2. 치즈볼 2010.07.26 0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새벽5시부터 도서관에 자리하나 맡아보려고 기다리곤 했는데...ㅎㅎ제생각엔 집에서 혼자하는 습관,그리고 남들이 보는 곳에서 공부해야 더 잘되는 그 습관들이 도서관으로 향하게 하는 것같아요.
    경쟁이란걸 하면 자신을 좀더 채찍질하니까요. 꿈을 향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니 나도 뒤질수 없다는 그런 생각에 공부를 안할 수 없게되는...
    전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는 썩 좋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3. 미스터브랜드 2010.07.26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에 와 계시는군요..외국과 한국에서의
    도서관의 용도나 목적이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저희집도 파주인데..가까이 계시다니 마음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