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기들의 첫 간식, 무미건조한 맛에 익숙하게

 

독일에서 길을 지날 때마다 유머차를 타고 있는 3-4개월 정도의 아기들이 브뢰첸(Brötchen)이라는 독일 바게트나 쌀로 만든 튀밥비스킷, 혹은 껍질도 까지 않은 사과조각을 들고 빠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직 우유나 모유를 먹는 시기여서 딱딱한 음식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먹는 다기 보다는 침을 흘려가며 빨고 있다. 아주 어린 아기들뿐만 아니라 이유식을 할 정도로 큰 아이들도 비슷한 간식을 손에 쥐고 있다. 모두 무미건조한 빵이나 비스킷, 혹은 생과일이다. 특히 많이 들고 있는 간식은 브레첸이다.

 

우리가 흰쌀밥을 가장 편하게 먹듯 독일사람들에게 브레첸은 하루 중 적어도 한번 정도는 먹게 되는 주식이다. 브뢰첸은 독일식사에서 우리의 흰 쌀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무미건조하지만 항상 있어야 할 것 같은, 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빵이다.

 

흰쌀밥처럼 흰빵은 건강에 좋지 않다며 이것저것 현미곡식을 넣은 검은 빵을 권장하지만 아이나 어른이나 독일인이 가장 좋아하는 빵은 역시 브뢰첸이다. 우리가 준비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밥으로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처럼 이들도 브뢰첸이 아기의 첫 맛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브뢰첸으로 아기를 위해 특별한 간식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딱딱한 빵을 젓꼭지 삼아 빨고 놀도록 물려준다는 것이 내게는 특별가게 다가왔다. 당시만 해도 내가 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 주던 방식을 생각하며 딱딱한 브뢰첸과 껍질도 까지 않은 생과일이 백일밖에 안된 아기의 간식치고는 성의 없어 보였던 것 같다.

 

내가 본 독일인,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독일부모들 조차 먹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초연하다. 그 때문에 독일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찾기 힘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먹을 것도 별로 없고 맛집도 많지 않은 나라다. 당연히 이 사람들도 맛있는 것을 좋아는 하지만 먹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또 평범한 사람들의 입맛도 어릴 때부터 이렇게 무미건조한 맛에 길들여져서인지 자극적이거나 맛있는 요리를 열심히 찾지도 않는 것 같다. 물론 이 나라에도 미식가들은 많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맛있다’고 감탄하면서도 스스로 그 요리를 시도해 보거나 맛집을 찾아 1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간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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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6.07.20 1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아이들은 입맛이 자본에 저당잡혔습니다.
    저의 손자도 한할림 과자는 먹지 않습니다. 교육을 해야 하는데 교육조차 자본에 저당잡혀 있습니다.

  2. 참교육 2016.07.29 1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계시지요? 독일을 덥지 않나요?
    다름이 아니라 독일에서는 학생들에게 광고 교육을 한다는 글을 언젠가 본일이 있는데...
    자료를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제가 동네 아이들 모아놓고 철학교육을 하고 있는데 광고의 본질에 대한 강의를 해보려고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몰라서요.

독일 직장맘이 자식 키우는 방법


맞벌이 부부 엄마들 자식 키우기 힘들지요? 저도 큰아이 낳고 한국에서 직장생활 하다가 독일 왔습니다. 엄마 품에서 크지 못하면 아이도 측은하고 엄마도 할 짓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직장에 다닐 때는 남들 다 그렇게 사니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아이를 남에게 맡겼던 때를 생각하니 아찔하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해줄 것이 이렇게 많은데....라면서.

직장생활 하는 엄마가 집에서 아이만 돌보는 부모를 흉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엄마들은 직장맘이라도 아이를 위해서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다보니 맞벌이 엄마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어떤 때는 그 스트레스가 아이와 남편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하지요.

요즘은 그래도 학교에서 급식을 하기 때문에 도시락 싸는 일에서는 해방될 수 있으니 예전보다는 한결 수월해졌겠지요. 옛날 맞벌이 엄마는 아침에 밥 해주고 도시락까지 싸주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독일은 아직 종일반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기 전이라서 학교급식이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아니라 아침 겸 점심으로 때울 수 있는 간단한 도시락을 싸갑니다. 예전에 우리 도시락에 비해서는 일도 아니지만 여하튼 아침엔 도시락 때문에 나름 바쁩니다.

그렇다면 독일 맞벌이 엄마는 아이들 도시락에 얼마나 신경 쓸까요?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들은 육아며 살림이며 모든 일을 전담하지만, 직장여성은 다른 것 같습니다. 교육이든 가사든 남편과 아이들과 확실하게 분담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한국처럼 희생적인 엄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독일 직장맘들은 혼자 모든 것을 떠맡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 친구들을 보면 5,6학년만 되어도 아침에 도시락을 직접 싸가는 아이들이 더러 있습니다. 학부모회의를 할 때마다 도시락 이야기가 나옵니다. 흰 빵에 초콜릿크림만 달랑 바른 성의 없는 도시락은 제발 싸주지 말라고 부모들에게 교사가 항상 주의를 줍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에 매우 나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독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입맛이 바로 브뢰첸이라고 하는 독일 바게트에 초콜릿크림이라 아무리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도 매일 그것만 싸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엄마가 직장에 다니면 직접 도시락을 챙기다보니 자기 먹고 싶은 대로 하지요.

선생님이 틈만 나면 걱정하는 것을 보면 그런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소리지요.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직장을 다닌다지만 엄마자격 없는 엄마들 참 많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라서 그런지 많은 아이들이 일찍부터 독립적으로 되더라고요.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공부도......

과연 무엇이 옳은지 확실하게 판단이 서지는 않습니다. 스스로는 스트레스 속에 살더라도 직장과 가정일 모두 완벽 하게 해내는 슈퍼맘이 좋은 건지, 집안 청소 건성건성 하고 남편과 아이들 입고 먹는 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대신 자신은 물론 가족도 정신적으로 편하게 해주는 것이 옳은지. 독일 직장맘들은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마음먹는다고 쉽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편들은 부인이 돈도 벌어 오고 아이들 교육도 도맡아 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지요? 거기다가 아침까지 깍듯이 차려주면 100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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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터킨더의 책,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 드디어 대만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한지가 1년은 지난 것 같은데 참 오래 걸렸네요. 표지가 깔끔하고 예쁘네요. ^^

* 어제는 미루고 미루던 [일생에 한번 독일을 만나라]를 탈고했습니다. 봄에는 출간될 것 같습니다. 기분 무지 좋음.^^

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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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2.01.25 1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만에서 까지 출간했군요.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노력이 세상을 바꾼다는 게 실감납니다.
    제발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앞당겨졌으면 좋겠습니다.

  2. 노지 2012.01.25 1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ㅎㅎㅎ
    축하드려요!!ㅎ

  3. 인해 2012.01.25 1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번째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도서관에서 독일교육이야기를 만나고 댓글 달기까지는 반년이 걸렸네요~
    반응 느린 독자지만, 꾸준히 구독하며 소통하고 싶습니다~^^

  4. 여강여호 2012.01.25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이나 독일
    직장만들의 고민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무터킨더님의 <독일교육 이야기>를 구입만 해놓고 여태 읽어보질 못했는데..
    조만간에 시간을 내야할 것 같습니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 대만에서도 출간되었다니
    축하드립니다.

  5. 노씨 2012.01.26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교육에 관심이 많아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자주 들여다 봅니다^^
    새로 출간되는 책 제목이 왠지 여행 관련책인가? 하는 느낌이 드네요^^
    봄이 되면 서점에서 한번 두리번거릴듯^^

  6. 이비엔 2012.01.27 0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터킨더님 안녕하세요.

    그 동안 답글을 달아본적은 없지만,대만에서 책 출간하신다니 저도 기뻐서 처음으로 이렇게 글 남깁니다.

    현재 뉴욕에서 음악교육학 공부중인 대학원생이구요, 무터킨더님 글이 제 관점을 넓혀주는 데 큰 도움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지난번의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글은 제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울려주더군요.

    뉴욕의 많은 음악교사들도 교과서 없이 수업을 하는데요, 단, 음악수업이 주로 밴드연주로 구성이 되어있어서 창의적인 측면을 보충하기는 쉽지않다는 것에 많은 문제를 제기중입니다. 현재 한국음악 교육은 연주부분이 너무 약해서 문제인데, 미국은 그것이 너무 과해서 문제라고 하는 걸 보면 어디든 문제는 있다는 점이 참 신기합니다. 언제 시간이 되신다면 독일 음악수업에선 악기 연주를 어떻게 다루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꼴찌도 행복한 교실의 대만판 출간 축하드리구요, 다음 번 책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