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월간여성지 기자의
불쾌한 취재요청
얼마 전 유명 여성월간지 여기자로부터 취재요청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편집회의도 마치지 않은 듯, 오는 1월호는 세계의 교육트렌드를 주제로 하는데, 최근 독일 내에서 교육과 관련된 핫 이슈는 무엇인지, 학부모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교육 정책 혹은 프로그램 등은 무엇인지 심층 취재하겠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내게 원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고 답을 보냈더니,
두 번째 메일에서도 교육 커리큘럼과 관련된 이야기와 전반적인 학교의 분위기를 두 파트로 나눠서 각각의 파트에는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가려고 하니, 이와 관련하여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독일의 현지 교육 이슈에 대해 전달해 주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제를 정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계속 막연한 질문만 했다.
마치 내게 세부 기획안을 달라는 듯한 태도였다.
자, 이런 질문이 받았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무보수 봉사단체도 아니고, 상업용 잡지의 읽을거리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시간을 내어 자료조사해서 협조를 해야 할까?
내게도 시간은 소중하다. 적어도 원고를 청탁하든 취재를 요구하든 가장 먼저 필자에게 청탁해야할 주제가 무엇인지, 내용은 무엇인지, 경비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기본적인 전제를 주고 시작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
원고료가 얼마인데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취재해서 이렇게 써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경우 취재경비가 들어가면 나는 항상 거절한다. 이 잡지사 말고도 그동안 이와 비슷한 청탁은 많았고 대부분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 기자는 경비나 원고의 주제, 구체적인 취재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계속 내게 정보를 먼저 달라는 것이다.
최근의 독일 교육의 이슈라, 이 질문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뒤지든 도서관에 가든 시간을 내어 알아봐야 한다. 최근의 한국교육의 이슈가 무엇인지 물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단어만 입력하면 튀어나올 정도로 머릿속에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원고를 청탁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급도 없이 무작정 최근의 이슈를 말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관심 있는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 하며 편집회의 먼저 마치고 주제가 결정되면 청탁이든 뭐든 하라'고 했더니 바로 청탁을 했다.
내 블로그에서 이것저것 읽고 나니, 그중에서 예나플랜 학교의 콘셉트가 좋았다며 취재 해 달란다. 학교에 대한 취재는 물론 교장인터뷰와 학생인터뷰, 만일 그 학교에 한국 학생이 다닌다면 한국 학생 인터뷰까지 하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여전히 취재 경비나 원고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예나는 아헨에서 500km다. 취재 섭외도 여러 날이 걸리겠지만 하루에 다녀올 거리도 아니다. 일개 월간여성지가 교통비, 숙박비, 원고료까지 포함하면 500유로는 족히 나올 텐데 사실상 불가능한 요청이라 생각하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랬더니 이 기자 황당한 답을 보내왔다. 기분 나쁘다는 듯, 그렇게 시간이 없으면 미리 말할 것이지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에 마감이 임박해 버렸다는 것이다. 허참, 어이가 없어서, 주제도 잡지 못하고 필자에게 기획안 내놓으라고 조르다가 덤터기를 씌우는 형국이라니... 황당하고 불쾌했다.
‘나는 시간 많으니 취재 경비는 댈 수 있겠느냐, 마치 내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데 아주 불쾌하다’라고 했더니 역시 대답 없이 무시해 버린다. 그런데 나는 이미 끝을 알고 있었다. 이런 유의 기자들을 적지 않게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급할땐 뻔질나게 메일을 보내 정신없게 해놓고는 필요 없으면 인사는커녕 미안하다, 안되겠다, 되겠다 등 가타부타 끝마무리가 없다.
그런데 분명히 알아 둘 것은 당신 같은 기자들을 겪다보니 공연히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청탁 어쩌고 해도 시간투자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기자, 데스크에는 분명 필자가 취재하겠다고 약속하고 갑자기 거절한 것처럼 보고했을 것이다. 직접 접촉한 내게도 이처럼 황당한 어거지를 쓰는 것을 보면 안봐도 그림이다.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조사하고 정보 주고 나면 전혀 현실성 없는 취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나는 구체적인 청탁서를 받고 가부를 정한 후 자료조사든, 취재든 칼럼이든 쓰기 시작한다. 이것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생긴 습관이다.
이 여성지는 이미 몇 해 전에 몇 번 글을 보냈던 곳이다. 뻔~한 원고료에 지나치게 무리한 취재를 요구해서 이미 사양하고 끝났었는데 급했는지, 아니면 대안이 없었는지 다시 연락이 온 것이다. 내게 원고 청탁을 했던 기자는 분명 이 글을 읽을 것이다. 블로그에 상세히 쓴다고 선전포고를 해두었으니 열심히 보겠지. 앞으로 다른 필자에게는 제발 일의 순서를 정확히 알고 시작하길 바란다.
시간이 촉박했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대주제에 관해서는 공부를 한 다음 취재든 청탁이든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자신이 할 일을 남에게 떠넘기고 받아주지 않으니 원망? 어디서 배운 못된 기자질 인지 한심하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가끔 블로거들에게 잡지사에서 연락이 와서 기고했는데 원고료는커녕 발행된 잡지도 안 보내준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글 쓰는 일을 본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활자의 매력에 대한 허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 블로거들에게 공짜 원고를 가져가고 대가는물론 연락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본래 직업이 글쟁이어서인지 신문이나 잡지에 내 글이 실린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학 졸업하고 한 10년 썼으니 이력이 날 정도다. 신문이면 하루, 월간지면 한 달만 지나면 쓰레기 더미 속에 던져질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의를 다해 쓰게 되는 것은 결국은 원고료라는 보상이 있기 때문일수도 있다. 순수하게 글의 가치와 비중을 따지자면 내겐 매체보다 내 책과 내 블로그 포스트가 더 소중하다.
무터킨더는 너무 속물이라고 흉보려나?^^ 바로 요거다. 출판사든 잡지사든 원고료 떼먹는 인간들은 모두 글 쓰는 사람들의 알량한 자존심을 이용한다. 대 놓고 돈돈하면 명예에 무슨 큰 흠이 나기라도 하는 듯, 돈 이야기는 못 꺼내는 글쟁이들.
그런 약점을 이용해서 원고료는 대충 말로 때우고, 그럴듯하게 지면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잡지사들의 횡포는 블로거들 사이에서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불만이기도 하다. 엥? 이야기가 또 블로그로 흘러가버렸네... 에궁~~ 오늘도 횡설수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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