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의사

단상 2013.08.14 05:20

기도하는 의사



한 일주일 정도였을까?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큰 병이든 작은 병이든 병원에 있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니 마음을 비우기 위해 날마다 기도실에 내려가곤 했다. 대학병원은 덩그러니 큰 건물이었지만 기도실은 1층 가장자리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묵상을 하기엔 기도실만큼 좋은 곳도 없어 자주 찾았다. 내가 근본적으로 불교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기도하는 자리가 바로 법당이요 절이니 그곳이 교회건 어디건 내게는 상관없다. 나를 돌아보고 깊은 내면으로 빠져들 수 있는 조용한 장소라면.


여느 교회 건물과는 달리 십자가 없는 기도실은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았다. 한쪽엔 성모 마리아가 그려진 액자가 걸려있고 그 아래 촛불을 켤 수 있는 단상이 마련되어 있다. 옆에는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가톨릭 식 의자가 몇 개 놓여 있고 나머지 의자들은 평범한 것들이었다.


한 번 가면 한 시간 정도 묵상하는데 드나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서너 명, 정규 예배가 있는 시간에도 한 두 명이 고작이었다. 기도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자기 방식대로 짧게 기도하고 돌아갔다.


그에 반해 건너편 이슬람교인들의 기도실은 항상 북적거렸다. 문이 폐쇄되어 자세히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가끔 문이 열릴 때 슬쩍 들여다보면 방이 비좁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고 그들 방식의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묵상하던 독일인들이 주로 드나들 던 기도실과는 정 반대였다. 독일에 이슬람인들이 많이 산다고는 하지만 독일 사람보다 많겠는가. 아이러니한 모습에 언제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무엇이 저토록 저들을 종교에 몰입하게 했단 말인가.


그날도 점심 식사 후 기도실에서 묵상 하고 있을 때였다. 하얀 가운을 걸친 나이 지긋해 보이는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가톨릭 신자인 듯 했다. 의자에 앉기 전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십자 성호를 긋고는 가톨릭식 의자에 앉아 기도와 묵상을 하고 돌아갔다.


정규 예배시간에도 산책 겸 기도실 앞을 지나다 유리문 안을 들여다보곤 했지만 의사나 간호사는 없었다. 환자나 보호자로 보이는 나이든 노인 서너 명이 전부였던 것 같다.


기도하는 의사. 나이 지긋해 보이는 외모를 모았을 때 그는 분명 높은 위치에 있는 의사임이 분명했다.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을까? 아니면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이었을까? 어떤 이유에서건 기도하는 하얀 가운속의 그가 성스러워 보였다. 왠지 그와 함께라면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도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별것 아닌 장면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자주 드나들던 기도실에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의사와 간호사가 진을 치고 있는 대학병원에서 기도하는 의사를 처음 보다니.


종교란 무엇인가. 험난하고 거친 세상을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삶의 묘약이다. 너무 깊이 빠져서 세상의 이치를 자신이 가진 종교중심으로만 생각하고 판단하고 남의 종교를 부정하는 잘못된 종교인만 안 된다면 말이다. 

Posted by 무터킨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