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타고 나타난 호텔사장

 

포도밭으로 간 사연

 

 

독일 농부들이 잘사는 이유

 

와인 시음을 위해 청포도 익어가는 8월의 모젤강을 따라갔다. 계곡은 포도밭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강은 포도의 단물을 받아먹은 때문인지 나그네를 품어줄 자태로 순하게 흘렀다.

 

양편에 포도밭을 끼고 강물을 따라 산책 하면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도통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다가와서는 멀어지곤 한다. 도시에서 가져간 상념들을 흐르는 강물에 던져버리면 이내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우리가족이 하루 동안 묵은 모젤강변 스테펜 호텔앞에서 우연히 이 호텔 주인 스테펜씨를 보았다. 그는 호텔주인답게 최고급 벤츠를 타고 나타나서 유유히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스테펜씨는 허름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더니 호텔 뒤편 포도밭으로 향했다.

 

그가 바로 모젤강변의 빈쩌였다. 빈쩌((Winzer)란 직접 포도를 재배하면서 와인 양조업을 겸하는 농부이면서 소규모 와인 자영업자를 이른다. 빈쩌들은 보통 포도재배와 양조업은 물론 작은 호텔과 레스토랑, 와인시음장, 와인전문점 등을 동시에 운영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고가의 고품질 와인은 일반 시중 백화점이나 대형슈퍼마켓, 와인전문 상점에서 조차 구입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고가의 와인들은 빈쩌들이  스스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해 직접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호텔이나 와인빠, 와인시음 등을 통해 직접 찾아오는 애호가들만 상대하고, 빈쩌들이 생산한 와인은 소규모지만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 

 

모젤지역에는 5300여 개나 되는 소규모 양조장이 운영되고 있고, 124개의 지역의 9,086 핵타에서 생산되는 850000핵타 리터의 와인 중 60% 이상이 리슬링이다.

 

독일은 포도 농가뿐 아니라 소작농이나 소규모로 농사짓는 농부들이 대부분 부유하다. 정성들여 재배한 농작물을 중간도매상에게 헐값으로 넘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의 가장 중심광장은 어느 곳이듯 3,4일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장이 선다. 판로를 따로 개척할 필요 없이 농부들을 위한 판로는 항상 열려 있다. 또한 생산과 소비가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통이 어렵지 않아 더욱 활발하게 거래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와인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만큼 큰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대부분 와인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부유하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포도농사를 짓고 술을 빚고, 판매까지 한다. 모젤강을 끼고 즐비하게 늘어선 호텔과 와인시음장, 전문판매상점들이 모두 빈쩌들의 소유다.

 

농부의 거친 손으로 따라주는 와인이 진짜

 

정장 차림으로 한손을 뒤로 한 젊은 웨이터가 희고 가는 손으로 따라주는 와인은 뭔가 모르게 격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직접 포도를 딴 거친 농부의 손으로 격식 없이 따라주는 와인이 더 깊은 맛이 느껴질 때가 있다. 모젤강가 와인 시음장은 대부분 빈쩌들이 직접 따라주며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와인 당도 측정법을 설명하고 있는 빈쩌

 

모젤은 라인강의 가장 긴 지류면서 유럽에서 뱃길이 활발하게 열려있는 하천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강을 따라 터를 잡은 동네마다 와인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다. 모젤지역의 대표적인 와인 리슬링(Risling)은 모젤강 계곡에서 재배 하는 리슬링이란 포도종으로 빚은 와인이다.

 

리슬링은 강가의 가파른 언덕을 타고 자란다. 모젤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브레머 칼몬드 지역은 65도나 된다고 한다. 가파른 언덕에 포도를 심은 이유는 강물에 반사되는 빛을 받아내 부족한 일조량을 보충하고 서리 피해도 줄이기 위해서다.

 

고품질 와인으로 인정받은 독일와인

 

와인이라면 대부분 프랑스를 가장 먼저 생각하지만 독일와인은 세계적으로 고품질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진흥책으로 17세기경 라인계곡에서 시작 된 리슬링 포도농사는 중세 말경에는 독일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마침내 20세기에 이르러서는 프랑스 레드와인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포도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중의 하나다. 10억 년 전에도 여러 종류의 야생포도가 존재했다고 한다. 독일에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로마인이 들어오면서부터니 이미 2000년 전부터다.

 

 

 

이미 장구한 세월 와인을 즐겼던 역사를 가진 와인 생산국들에 비해 2000년 전 로마인에 의해 시작된 독일어권의 와인역사는 그렇게 긴 편은 아니다. 이집트나 이스라엘은 이미 그 이전부터 포도를 재배했었고, 메소포다미아 지역에서는 8000년 전부터 포도주를 생산했다.

 

독일권에서 와인생산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때는 8세기 카를대제(Karl der Grosse)때 부터다. 당시의 사원은 와인문화의 중심이었고 1500년 경 기후변화로 포도재배지가 줄어들면서 맥주생산이 증가하기까지, 게르만인들에게 와인은 국민음료로 통할만큼 가장 사랑받았던 술이었다.

 

19세기로 접어들면서 독일 와인생산은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들어갔다. 지역특성에 맞는 포도를 재배하기 위해 다양한 포도 종이 혼재되어있던 밭을 정비하고 지역 기후와 토양에 맞는 질 좋은 포도를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로 생명력이 강한 아메리카 포도종의 뿌리에 독일의 우수한 포도종을 이식했다.

 

 

와인법을 제정하고 국가적으로도 철저히 관리했고 전문 학자들과 빈쩌들이 머리를 맞대고 포도재배와 와인양조업, 지하실을 이용한 포도주 숙성과 저장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런 연구와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노하우를 보유한 독일 빈쩌들은 세계적인 와인수출 양조업자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또한 과학적인 독일 와인생산과 포도재배기술, 지하실저장테크닉 등은 와인생산국으로 명성이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등의 나라들에 전수되어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독일와인의 성공은 포도재배로부터 생산과 저장, 판매에 이르기까지 학문적 뒷받침과 정부의 탄탄한 지원, 빈쩌들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29년부터 1955년 사이에 주로 이식한 포도나무에서 지금까지 돈펠더(Dornfelder)나 케어너(Kerner), 슈페트브억운더(Spaepburgunder), 리슬링(Risling)등의 고품질 독일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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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GM-79 2012.08.05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건 몰라도 중간상인이 아닌 농민이 수익구조를 얻어가는 건 좋습니다.
    산지에서 난 작물들이 서울에 갔다가 다시 내려와
    정작 지역 소비자는 먼 곳의 농작물 사먹는듯한 구조라서..

  2. 참교육 2012.08.05 1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꼴찌도 행복한 교실에서 농부가 사람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 놨군요.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참 서정적인 글에다 희망이 담긴 농촌의 여유로운 글을 보니 더 좋습니다. 가족의 행복한 모습도요.

  3. 유로포스 2012.08.05 2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면 저런 곳에서 조용히 살고 싶네요 ㅎ 농사는 특별히 짓고 싶은 건 없지만..할 수 있다면 복숭아를 제배하고 싶군요 ㅎ 물론 환경이 뒷받침 해준다면요 ㅋ

  4. Wein trinken 2012.08.06 0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와인하면 프랑스만 떠올랐었는데.. 독일도 품질이 꽤 좋은가보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독일이라는 국가는 농심을 울리지 않는거 같네요 ㅎ

    • 신쥬사마 2013.01.12 1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19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와인보다 독일와인이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었습니다. 2차 대전이후 기계수확과 저품질 대량생산에 밀려 품질이 많이 떨어졌었으나 국가 산업차원에서 점차 품질을 올리는 중입니다.

  5. 연우아빠. 2012.08.06 1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빈저(Winzer)의 뜻을 오늘 정확하게 알았네요. ^^

  6. 신쥬사마 2013.01.12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히 잘 읽고갑니다.
    Moselwein을 사랑하는 한국의 소믈리에입니다 :)

  7. chaussures louboutin 2013.04.02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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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에 커피 한 잔, 전 직장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