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패자도 기회있는 사회,

 

부러운 독일의 일면

 

 

방금 안철수 힐링캠프가 끝났다. 사는 데가 외국이다 보니 항상 본방송은 못 보고 뒷북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인터뷰에 나도 함께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안철수 교수의 이야기 중에 ‘패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란 말에 귀가 번적 뜨였다. 바로 우리 교육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독일에 살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우리에게는 어렵지만 이들에게는 아주 쉬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패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분위기와 교육제도다.

 

달리기 시합에서 승자가 있다면 반드시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패자가 다시 일어서 달리기에는 넘어야할 장애가 너무 많다. 때문에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사람을 인간승리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진정한 인재가 사장되는지 생각해 보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다. 

 

안철수 박사가 카이스트 교수 때 한 경험이 좋은 예다. 카이스트 대학에 다니는 학생 중에 중고등 학교 동안에는 계속 공부를 잘했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모범생으로 지내다가 무난히 부모가 원하는 학과에 입학해서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학생이 처음 1,2학년은 설렁설렁 놀다 보니 별 생각이 없다가 3,4학년 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 해야할 때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면 구제불능이라는 것이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도대체 무엇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사실 2년 정도 늦어도 다시 시작하기에 충분한 나이인데 우리사회는 왜 그 결정이 쉽지 않은 건지.

 

이럴 때 독일 대학생들이라면 쉽게 전과를 할 것이다. 전과를 하는데 필요한 다른 조건은 없다. 다시 수능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니 그 과정이 매우 간단하고 쉽다. 물론 자신의 선택을 번복하는 일에 큰 고민 없이 가볍게 결정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이다. 전과를 하던, 대학을 포기하고 직업교육을 받든 사회적인 여건은 항상 열려있어 기회는 사방으로 있다.

 

나는 우리 큰아이에게 대학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항상 이런 말을 빼 놓지 않는다. ‘처음 세운 계획대로 노력해서 진학해 보고,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니다가 전과 해, 넌 나이도 한 살 어리니 얼마든지 시간이 있잖아. 이것저것 공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라고.

 

사실은 내가 그렇게 살아보지 않아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이 사회가 한없이 부러워서 하는 말이다. 자식에게라도 이런 조언을 자신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사방으로 열려있는 기회,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 독일인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유독 그 부분이 확대되어 선명하게 느껴지곤 한다.

 

** 내일은 패자부활전에 성공한 독일 친구가 50살에 공무원 된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Posted by 무터킨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이엠피터 2012.07.24 07: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패자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정의라고 말하던 안 원장의 모습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와 교육을 생각해봤답니다. ^^

  2. 참교육 2012.07.24 0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우리나라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 어떻게 안철수같은 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저도 이프로 보면서 저분의 철학으로 우리나라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3. 파도소리28 2012.07.24 0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진짜 눈물나네요 ㅠㅠ 한국에서 전과하려면 학점 엄청 좋아야 하는데. 그나마 제가 있던 대학은 복수전공은 쉬웠는데 전과는 역시 힘들었죠. 어차피 대학은 등록금만 받으면 될테고 전과를 왜 그렇게 막아놨는지 의문.

    • 무터킨더 2012.07.24 14: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그것이 참 답답하고 안타깝더라고요.
      그리고 정 반대의 이나라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안교수가 한 말 중 이 대목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4. 연우아빠. 2012.07.24 0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패자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훌륭한 인재를 많이 갖게 되고
    패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는 일방통행식 독재사회가 되기 쉽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실패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겠습니까?
    안철수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상식적인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5. 아린. 2012.07.24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패자에게도 기회가 있는 사회란 말이 많이 와닿네요...
    우스게 말로 1등만 인정받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은 너무 성과위주 1등위주의 오만한 잣대를 고쳐야 할것입니다.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무터킨더님

  6. PG덴드로 2012.07.24 1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가 패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실패하면 일어서지 못하게 된 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하죠.
    그러면 말 잘듣는 국민들을 키워낼 수 없으니까. 자칫하면 망한다는 공포에 질려 삐딱선을 타지 않는 모범생으로 만들어야 지배하기가 편하니까.

    그런거죠.

    암튼, 그의 상식파론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패자에게 기회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는 백배 동의합니다.

  7. Deutschland 2012.07.24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제 힐링캠프를 봤고 "역시 안철수 교수는 뭔가 달라!!!!" 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월요일에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에서 14살 딸아이가 탈모증에 걸릴정도로 부모님이 공부를 시키는것에 대해서 나왔지요. 부모님의 말로는 자기 딸 또래의 아이들은 이미 벌써부터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가기위한 학습진도는 충분히 따라잡았기에 지금도 너무 늦었다면서 매일아침 6시에 딸을 깨워서 1시간은 공부를 시키고 그렇게 방과후에도 집에서 공부를 시킨다고 합니다. 그건 딸을 위해서이고 당연한거라고 하네요... 하지만 딸은 너무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 무터킨더 2012.07.24 14: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슬픈 일입니다.
      그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인데...
      결국 언젠가가 그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나겠죠.
      우리의 슬픈 현실입니다.

  8. 온누리49 2012.07.24 1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망 우리 사회가 고민을 해야 할 말이네요
    패자라고 해서 무조건 인생의 낙오자는 아닌데 말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9. RGM-79 2012.07.24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일 글이 더 기대되는군요.

  10. 이성진 2012.07.24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패자에겐 기회를 승자에겐 뒤를 돌아볼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하는데 그게 안되죠.

  11. 무심이 2012.07.25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안철수씨 출연한 힐링캠프 끝까지 시청했습니다.
    여야, 특히 박근혜후보 쪽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 한 말 이리저리 짜깁기했다고 평가절하했는데,
    그들의 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발언이었습니다.
    다른 분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안철수씨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는 건,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 말이 자기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그래서 그말이 실천으로 옮겨질 것임을,
    적어도 옮기려고 최선을 다할 것임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패자에게도 기회를 주는 나라,
    그런 나라에 살아보고 싶습니다.

  12. 유로포스 2012.08.05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패자도 승자로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참된 기회의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제가 추구하는 이상향이기도 하고요

    저는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많기에 이미 독일의 사회를 이상향으로 보고 있죠..제 생각이 틀릴지도 모르지만...지금의 저에겐 그것이 최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