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학생의 국가의식은

 

반독일 정서에서 출발

 

 

5,6학년 필독서,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독일인이 쓴 나치 핍박의 역사

 

6학년 작은 아이는 2학기 독일어 시간 내내 한스 페터 리히터(Hans Peter Richter)의 ‘Da mals war es Friedrich(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를 배웠다..

 

독일작가가 묘사한 나치에 핍박당한 유대인의 이야기다. 이 책은 5,6 학년 아이들의 필독서다. 독일학생들에게 필독서라 함은 교과서를 대신할 수 있는 교재란 소리다.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는 독일어는 물론 정치나 역사 시간 참고도서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일 작가가 쓴 유대인에 대한 참회록, 한스 페터 리히터는 이 책을 통해 독일인의 시각으로 독일의 죄악상을 고발하고 있다. ‘Da mals war es Friedrich’는 순수한 픽션이 아니다.

 

한 독일인 소년(하인리히)의 눈에 비친 유대인 친구와 그 가족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치에 핍박 받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지만, 뿌리는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한스 페터 리히터는 나치 치하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이다. 스스로 경험한 생생한 사실을 근거로 묘사했기에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나치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간간히 짧은 예문으로 등장한다든지 특별히 관심 있는 교사인 경우 역사시간에 이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나치와 히틀러가 본격적으로 수업시간에 등장하는 시기는 5학년부터다. 이러한 주제가 반드시 역사시간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수업은 역사와 정치, 독일어다. 결국 독일학생들은 국가의식이 싹틀 즈음부터 조상의 가장 큰 과오를 적나라하게 배우게 된다. 가감없이 사실 그대로.

 

큰 아이는 5학년 때 정치 시간에 한 학기 절반을 이 책으로 수업을 했었다. 현재 6학년인 작은 아이는 독일어 시간 교재였다.

 

독일 저학년은 한 학기에 보통 3번의 시험을 본다. 한 주제가 끝나면 시험으로 마무리 하는데 작은 아이 독일어 선생님은 이 책 한 권으로 두 번의 시험을 보았다. 6학년 2학기 독일어 시간 3분의 2를 교과서는 손도 대지 않고 이 책만 붙들고 씨름했다.

 

이런 주제를 다룰 때도 ‘너희 조상은 이런 역사의 범죄자다. 나치 극우주의자들의 잔학상을 보라, 그들을 증오하라’며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 수업시간을 보면, 아주 객관적으로 담담히 주제에 접근하는 것 같다. 어떤 역사적인 배경과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독재가 힘을 갖게 된 것일까? 인간의 집단 광기는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의 출발은 무엇인지. 등

 

아래는 작은 아이가 본 6학년 2학기 마지막 시험이다. 시험시간에는 책을 가져가야 한다. 문제지를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단원을 책에서 찾아 읽고 답을 쓰는 시험이다. 문제는 단 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문제] 단원 “Der Pogrom(핍박, 학살)”에 대한 개요를 쓰시오.

 

  이 시험은 지난 포스트 “언론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는 독일교육(http://pssyyt.tistory.com/584)”에서 언급한 고학년 독일어 시험 세 문제 중 1번에 해당된다. 참고로 보통 고학년 독일어와 영어 등 언어 시험문제는 아래와 같다.

 

1. 글의 개요 혹은 내용을 분석하라.

 

2. 이 글을 쓴 작가가, 혹은 기자가 어떤 수사나 화법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가?

작가가 이 글을 쓴 의도는 무엇인가.

작품과 연관된 작가의 성향과 정치, 사회적인 배경을 설명하라.

 

3. 이 글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밝혀라, 혹은 비평하라.

 

5,6학년부터 시험 유형은 고학년과 비슷하다. 단지 아직 기초 단계이기 때문에 글의 개요를 쓰는 연습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위의 2,3번 문제에 해당되는 본격적인 비평과 분석은 7학년부터 시작한다.

 

작은 아이는 이 시험에서 2점을 받았다. 선생님이 알려주었다는 성적 분포를 보면 한 반 30명 중 7명이 2점을 받았다. 1점은 1명, 3점이 가장 많았고 4점은 서너 명, 5점 도 한 사람 있었다고 한다. 독일학교에서 독일어 1점 받기는 그 어떤 과목보다 어렵다.

 

하루 아침에 노력한다고 만만히 받을 수 있는 점수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꾸준한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남다른 언어적 감각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렇게 삼박자를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

 

아래 작은 아이가 받아 온 점수표다. 도입부가 정확한가, 주제를 잘 표현 했나, 표현력, 정확도, 불필요한 내용이 생략되었나, 시간, 맞춤법 등 13개 영역으로 나누어 4단계로 평가했다.

 

점수표 아래 빨간 글씨는 “상황설명이 빠져서 아쉽구나”라는 선생님의 감점 요인에 대한 짤막한 코멘트다.^^

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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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ramirang 2012.07.23 08: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독일의 교육을 따라잡으려면 100년은 더 걸릴것 같다는 비관적인 느낌이 듭니다.

    • 하모하모 2012.07.23 1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18 식민지였던 우리가 왜 전범국가의 자기반성을 따라 못한다고 자해해야 하지?

  2. 정치학도 2012.07.23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중학교 때 읽은 적 있는 책입니다 오래 전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오타가 있습니다 한스 페터 리히터는 나치 치아 에서가 아니라 나치 치하에서 라고 고치셔야 할것 같습니다

  3. 참교육 2012.07.23 1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과 독일이 한 짓(?)은 참혹하지만 그 참혹한 일을 저지른 반성은 완전히 다르지요.
    이본은 아직도 구국주의 부활을 못해 안달이지만 독일은 교육을 통해 다시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실이 보이는군요.
    진정한 평화교육이란 무엇인지를 볼 수 있습니다.

  4. 도플파란 2012.07.23 1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점요인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어서 좋은 것 같아요...ㅎ

  5. RGM-79 2012.07.23 1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가 김훈씨가 씨네21에 쓴 글 중에 치욕을 긍정하자는 내용이 있었는데
    우리도 못하고 일본도 못하는 걸 독일은 하고 있네요.
    역사연구자로서 참 부럽기만 합니다.

  6. 존재와시간 2012.07.23 1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라는 책 저도 읽어봤습니다. (물론 한국어판으로요 ^^)
    초등학생 뿐 아니라 성인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지요.
    독일이 2차대전 때 나쁜 짓 한 것은 한 것이고, 정부의 잘못을 국민 앞에 인정하고 그 잘못을 사실 그대로 가르치는 것은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2차 대전 때의 만행을 인정 안 하는 일본정부나, 군사정권 시절 일을 합리화 하는데 급급한 우리나라의 몇몇 무리들이 독일 정부의 태도를 본받았으면 좋겠군요.

    • 무터킨더 2012.07.24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독일은 5,6이면 거의 이책을 읽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면 교과서만큼 중요하죠.
      독일 사람들의 생각이 어떨지 감이 옵니다.

  7. ㅇㅇㅇ 2012.07.23 1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로... 저만한 의식수준이 부럽습니다. 위엣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100년은 있어야 저 정도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을까요? 어쩌면 100년이 지나도 못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ㅠㅠ

    • 무터킨더 2012.07.24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반드시 일본만 보고 배워야 하는 건 아니지요.
      우리에게도 비슷한 일들은 많잖아요.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거.
      자신감이죠.

  8. PG덴드로 2012.07.23 1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국심이 없으면 국민이 아니라는 북위 38도선 남쪽 어느 나라랑 참 비교되네요.

    정당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제창 안하면 종북좌빨 소리 듣는 북위 38도선 남쪽 어느 나라하고도 참 비교되구요.

  9. 아린. 2012.07.24 0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후대도 정확히 알고 반성해 나가도록 하려는 독일의 교육이 참으로 대단하네요...
    이웃 국가인 일본이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10. kw 2012.07.24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러 서양인의 훈련된 글쓰기, 말하기... 땜에..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나같은 엔지니어가 기를 못핍니다.
    콘퍼런스 미팅만 하면 맨날 밀리고.. 왠지 죄짓는 거 같고.. 맨날 일은 나한테 떠넘기고.. 난 머라 할말이 없어.. 하겠다고만 하는 yes man이 되는거고...
    에휴..
    영어를 못하는것이 일차 원인이겠으나....

    글쓰기, 말하기의 중요성..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것 같아요..
    조상이 잘못한것도 맞지만.. 조상으로 인해 조상들이 엄청난 고통속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겠죠.. 선량한 독일인들의 피해도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 했겠죠...

  11. 릿찡 2012.07.24 13: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함... 저책 보고서 나치가 진짜 허벌나게 병신이라는 것을 꺠닳았죠. 유대인 핍박의 이유가, 예수를 죽인민족인데. 사실 성경책 읽어봐도 내 종족인 유대인들 잘 좀 보살펴 주세요. 라는 말이 써있을 망정. 유대인 새끼들이 예수님을 죽였어! 나쁜놈들! 이란 말은 안 써 있거든요. 그냥 경제적인 이유. 혹은 희생양을 만들어야 할 구조적인 이유로 핍박하고, 뭔가 대의명분을 대충 껴맞춘 것에 불과합니다.

  12. 유로포스 2012.07.31 2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들의 역사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나라는 결국 무너지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도 나치랑 다를게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보이는 게 착각일가요?

  13. 박혜연 2012.08.02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일이 왜 아무죄도 없는 유태인들을 죽였는지 이해가 가네요? 독일전역의 학교에서 나치와 히틀러의 잔학상에 대해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으니 암튼 독일의 반독일정서 국가교육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