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찬반,

독일선 반세기전 논쟁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보수 언론들의 사설을 보면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여전히 한심하다. 교권의 위기를 강조하고 전교조와 연결 지어 학생인권조례가 정치적인 도구인 것처럼 몰아가기에 바쁘다.

특히 28일 동아일보 사설의 “학생인권조례는 교육청이 모든 학교에 일률적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구시대적 획일주의의 산물이다. 학생인권이 중요하면 학교에 따라 교사, 학부모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시행하면 될 일이다.”란 대목은 얼핏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다.

구시대적 획일주의의 산물이란 어느 나라의 구시대를 말하는 것인지. 학교를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는 당연히 구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는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장치다. 구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국은 지난 1991년부터 18세 미만 아동의 생존, 발달, 보호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다. 이 협약에는 어린이 기본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으며 협약가입국은 이를 위해 최대한의 입법, 사법, 행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치스럽게도 지난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높은 학업 스트레스와 체벌, 정치적 표현의 자유 억압, 성적 소수자 차별, 강제 종교교육 등 학생인권조례 반대자들이 문제 삼고 있는 내용들 그대로 지적을 받았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대로 지금 우리는 학생의 인권을 유린하며 국제적인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학생인권과 관련된 사항은 각 주별로 조례가 아닌 학교법(Schulgesetz)이라는 법률로 제정해 두고 있다. 이러한 법안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부터다. 1949년부터 1960년대까지, 구시대적 폐습을 타파하고 시대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을 때 인권이 강조된 학교법도 마련되었다.

이전에는 독일도 ‘학교에 따라 교사, 학부모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시행하면 될 일’이라는 동아일보의 사설처럼 인권을 학교자치에 맡겨두었다. 당연히 체벌이 존재했고, 소수자의 권리는 무시되었으며 표현의 자유는 억압되었다. 이미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이다.

한국도 교육기본법이 있지만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항목이 없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게 되었을 것이다. 독일 학교법은 우리의 학생인권조례보다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지극히 세부적 부분까지 언급하고 있다.

앞의 포스트 [학생인권조례 독일과 한국 비교 1-5]에서도 이미 여러 번 언급했지만 독일 학교법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학생인권조례는 최소한의 인권만을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찬반은 독일에서는 이미 반세기 전에 끝난 그야말로 구시대적인 논쟁이다.

학생인권조례를 계속 보수 대 진보의 싸움으로 몰고 간다면 보수는 갈수록 논리가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시대적 요구를, 아니 이미 세상이 모두 알고 있는 진실을 아니라고 부정하려니 그럴수밖에. 또한 훗날엔, 어린이의 인권을 가지고 장난을 친 한심한 노인네들로 후대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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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2.01.30 0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생들은 모두 인권조례 찬성할테니 반대세력들 궁지에 롤릴리 게 뻔합니다.
    수구들은 머리가 나쁜 편입니다. 그래서 추표연령 낮추자는데 반대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2. 아이엠피터 2012.01.30 0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무터킨더님의 글을 읽으면 대한민국의 교육이
    자꾸 문제덩어리인지 본질을 알 수가 있답니다. ㅠㅠ

  3. 도플파란 2012.01.30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그래요..ㅠㅠ 문제덩어리...ㅠㅠㅠ

  4. 아이디오 2012.01.30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더킨더님의 말씀처럼 인권을 말하고 논하는데왜 자꾸 통제의 논리를 말하는지......
    보수를 이상한 집단으로 본인들이 만들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5. 여강여호 2012.01.30 1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아일보가 구시대적 획일주의라고 비판했다니
    오히려 학생인권조례의 정당성과 시급성을 반증해 주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구시대적 획일주의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6. 딸기 2012.01.30 1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정말 보수언론들은 시대착오적인듯싶네여

  7. violet 2012.01.30 2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모르던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길길이 날뛰는 조중동과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진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8. 바라밀다 2012.01.30 2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부가 앞장서서 계도하고 이끌어가야 할 일을 민과 서울 교육청이 하려니 힘드는가 봅니다...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되돌릴수 없는 멈출수 없는 도도한 물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이 논쟁과정을 통해 교육이란 무엇이며 인간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찬반 모두가 한번이라도 더 생각할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정말 좋은 유익함을 주는 글이네요....고맙습니다...

  9. sona 2012.02.01 1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한국애들이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지 아세요?하두 패션프로가 많구해서 연예인모방이 많습니다.
    늘 연예인나오는 프로가 정말 많고, 엄청영향이 크기때문이지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나...

    교복입는게 낫다는 여학생 기사좀 확인하시죠...아침마다 뭘입을지 걱정된데잖아요!

    '갈색 염색에 파마를 한 J중 2학년 정 모양은 "교복은 오히려 입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복을 입으면) 브랜드 때문에 비교당하고 아침마다 뭘 입을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


    제목 '학생인권조례 혼란속 개학한 서울 중학교 가보니' 매경뉴스
    http://news.mk.co.kr/v3/view.php?sc=30000001&cm=%ED%97%A4%EB%93%9C%EB%9D%BC%EC%9D%B8&year=2012&no=70128&relatedcode=&sID=504

    • 화이트 2012.06.18 0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솔직히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도 교복이 쉽게 없어질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들도 교복입는게 좋다는 분위기이고 또 '교복이 없어지면 지금까지 있던 교복점은?' 이런생각도 좀 듭니다.
      근데 두발길이를 제한하고 야자를 강요하고 방과후학교를 강요하고 휴대폰을 들고서 등교조차 못하게 하는건 분명히 문제점이 있고(방과후학교 강요가 가장 문제점이 크다고 봅니다)사실 교권,예의,분위기 등과는 관련이 없는 부분이라고 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10. 이번에 2012.02.04 0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체벌금지되고 두발규정 완화는 찬성!! 그렇지만 교사들은 어쩌라고 대책 없이 이런 정책들 막 추진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저도 독일 살면서 독일 Gymnasium 경험 해봤는데 여긴 교권 정말 셉니다. 한국과 반대로 여긴 교사 입김이 너무 세서 문제화 되지만 한국은 애들한테 요즘 너무 당근만 주는거 같네요. 체벌을 없애면 너무 낮은 점수나 평소생활자세가 극히 삐뚤어진 학생에 대해서 졸업불허라던지 진급 불가라던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교복은 그대로 뒀으면 좋겠네요. 사실 독일 학교는 왠지 학교 느낌도 안 나고 나이 들고 나면 교복에 대한 추억이나 로망도 남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