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안 독일과 비교(1)

서울학생인권조례안 

여전히 부족하다


30년 속아서 살았다는 느낌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이 서울시 의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찬성하는 이들도 많지만 ‘학생에게 지나친 인권을 가르치는 것은 아닌가.’라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독일에서 본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은 여전히 더 보완되어야 합니다.

무터킨더가 돈도 되지 않는 ‘독일교육 이야기’를 왜 수년 동안이나 줄기차게 써왔는지는 가끔 이야기 해왔습니다. 학창시절 저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에서 문제 일으키지 않고, 반항할 줄도 모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성실하기만 했던 사람입니다. 공부도 1등은 못했지만 부모님 걱정시키지 않을 만큼 적당히 잘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도시락 두 개를 싸들고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면 밤 10시까지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었습니다. 스포츠라고는 일주일에 딱 한 시간, 하루 종일 앉아만 있으니 자주 변비로 고생했지요. 또 당시는 슬리퍼 질질 끄는 것 보기 싫다고 앞뒤 꽉 막힌 실내화를 하루 15시간이나 신어야 했으니 발에 무좀은 3년간 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학생에게 인권이란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전혀 몰랐기에 그게 행복인줄 알았습니다. 그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 일으키는 학생이 한심해 보였고,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넌 잘하고 있어.'라고 자위하며 행복감이 마구 물밀듯이 밀려왔지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면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나름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니다가 독일에 왔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아이들 때문에 독일학생들의 삶을 알아갈수록 무엇인지 모르지만 속에서 불같이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속아서 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도저히 나 혼자 알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요.

무터킨더의 블로그를 오래 들락거렸던 분들은 느끼실 겁니다. 알지 못할 분노 같은 것이 글에 스며있다는 것을요. 바로 이겁니다. 속아서 살았다는 느낌. 30년 동안 왜 아무도 내게 이야기 해주지 않았는지 분하고 억울해서요.

독일에서 동성애에 대한 이해는 상식
학교법에 명시할 필요조차 없어

이제는 학생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자는데, 인간답게 좀 살게 해 주자는데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생각하는 학생의 인권, 서울학생인권조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또 이 나라에서는 이미 상식으로 통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에 명시할 필요조차 없는 내용도 있습니다. 선진국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해선 안된다는 사람도 있는데, 인권에 선진국 후진국이 따로 있을수 있나요? 인권은 모두 같은 인권입니다. 아프리카나 한국이나 독일이나.

예를 들어 제1장 7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학생은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는 부분에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펄펄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만일 이런 사람들을 보면 ‘뭐야?’라며 픽 웃을 겁니다. 삼척동자도 모두 알거든요. 동성애가 비난받을 일도 아니고 성의 정체성이 다르다고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비정상이라는 것을요. 속으로 설혹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어도 함부로 이야기 하지는 못합니다.   

독일 학교법에도 성교육에 관한 규정을 통해 청소년 성교육의 목표를 밝히면서 동성애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노드라인베스트팔랜 학교법에는 성교육에 대해 “학생에게 성에 관한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도덕적 의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함이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성교육은 성적 취향과 정체성, 성관계 밎 성생활등에 대해 누구나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는 전재 하에 이루어진다.”고 동성애를 인정한다는 것을 밝혀두었습니다. 

우리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호모포비아’를 부르짖으며 동성애에 대해 비난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이 나라에서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가는 무식하고 한심한 인간쓰레기 정도로 보일 겁니다.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공격하면 신문에 크게 납니다. 이런 한심한 사람도 있다고요.

분명히 말하지만 동성애는 비난받을 일도 반대할 일도 아닙니다. 그냥 이성애와 다를 뿐입니다. 혹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정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냥 입 다물고 있으세요. 입을 열면 정말 한심해 보입니다.

누가 트윗에서 이렇게 말하니 그러더라고요. ‘앞서가는 척 하지 말라’고, 그래서 제가 대답했습니다. ‘앞서가는 줄은 아니 천만다행’이라고. ^^

학생의 휴식권은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제13조 휴식권에서 “학생은 건강하고 개성 있는 자아의 형성ㆍ발달을 위하여 과중한 학습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사에 반하여 정규교과 외의 교육활동을 강요함으로써 학생의 휴식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란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식권에 대한 분명한 경계를 밝혀두지 않고 막연히 휴식권이라고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입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가 적절한 휴식이란 말인가요? 독일의 예를 보면 아주 구체적입니다. 독일도 각 자치구별로 학생의 권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독일 학교법에 보면 학생의 휴식권을 위해 숙제까지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숙제는 개별 학생의 수준에 적절해야 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는 숙제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 숙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내줄 수 있다.”

또 숙제의 분량을 보다 분명하게 명시하기 위해 “초등학교 1, 2학년은 30분, 3,4학년은 40분, 5,6학년은 90분, 7-10학년은 120분 정도가 소요될 분량이어야 한다.”고 규정해 두었습니다.

“숙제의 분량을 위해서 담임교사는 담당교사와 의견을 교환하며 적절선에서 조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학부모 회의시간에 숙제가 많다고 따지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규정이 있더군요.

'숙제가 그렇게 큰 공부야? 휴식권과 별 상관 없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독일학생들에게는 숙제가 방과후 공부의 전부일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시험하루 전날 정도가 아니면 숙제만 하고 전혀 다른 공부는 하지 않습니다. 과외도 없지요. 학원도 안다니지요. 그러니 휴식권을 이야기 할때 숙제분량을 강조하는 겁니다.^^

** 이 글은 독일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 학교법을 참고했습니다.
   다음 편에는 체벌에 대해 서울학생인권조례와 독일의 예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경기도 교육청 초청으로 한국갑니다. 저를 만나시려면 아래 장소 중 한곳으로 오시길...

** 
1월 11,12일은  경기도 교육청 주최 [국제혁신교육 교사대회] 참가하고 
** 1월 9일은 서초동에 있는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강연있습니다.
** 1월 4-6일 경에는 경남 도민일보와 태봉학교에서 강연할 예정이고요.

** 
새해는 강원도에서 맞기로 했습니다. 공교육에 발도르프 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김용근 교감선생님이 주관하시는 [독일 발도르프학교 교사초청 직무연수(2011.12.28-2012.1.4)]가 강원도에서 있습니다. 독일 발도르프 선생님들과 김용근 선생님, 직무연수 받는 몇몇 교사들과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함께 보내기로 했습니다. 발도르프 직무연수 궁금하신 분은 이 주소로(http://www.waldorf.co.kr/new/frame.htm ) 문의하세요. ^^

**이밖에도 출국날짜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약속하지 못했던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보고싶었던 분들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Posted by 무터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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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잘 했다고 봅니다 2011.12.21 1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는 성적 소수자들(동성애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해요. 독일과는 다르죠. 명문화한 건 잘 한 일이라 봅니다. 그리고 휴식권에 대한 세부사항은 부칙 등에서 정하면 그뿐입니다. 독일처럼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겠죠.

  2. 참교육 2011.12.21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과 경기 그리고 광주는 그래도 이제 학생도 사람취급받게 됐습니다.
    욕심대로라면 아직도 멀었지요. 인권의식이 없는 사람... 그리고 교총에 보면 지금 미처날뛰더군요.
    교실이 난장판이 되느니 교권실추로 교육을 할 수 없다고요.
    언제는 난장판이 아니었는지.. 그들이 교실걱정하는 걸 보면 참 웃깁니다. 교육을 망친 장본인들이 교육걱정을 하고 있으니.... 다음 글 기대됩니다.

  3. 아이엠피터 2011.12.21 1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에는 정말 당연한 일을 아니라고 외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바라봐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것이 안되는 나라이기에 인권조례안을 만들었건만
    그것마저도 이상한 논리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분노를 넘어 저들이 과연 인권이 무엇인지 아는 자들인지 묻고 싶습니다.

  4. 연우아빠. 2011.12.21 1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주 기아차 공장에 실습나왔던 고등학생이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한 중노동 탓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http://i.wik.im/53680

    독일의 현장실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지 비교하는 포스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5. 2011.12.21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신경희 2011.12.21 1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생인권도 매우 중요합니다만, 한국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의 구도를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짓밟아야 올라갈 수 있는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가 있는 한 인성도 사라지고, 인권조례도 사문화 될 것입니다.
    상위그룹만을 위한 한국의 교육은 창의력은 실종되고, 그리고 경쟁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겠죠.
    무터킨터님 덕분에 독일교육에 대하여 일부나마 알게 되었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하며, 대단히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7. 릿찡 2011.12.21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일 동성애자를 잡아 죽였다면 수많은 위인들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기사 선진국 이라는 영국만 하더라도 수십년 전에는 컴퓨터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엘런 튜링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사실상 사회적 타살을 해버렸으니... 그보다 더한 한국에서는 그런 이유로 죽어간 미래의 스티브 잡스나 미래의 아인슈타인이 한두명이 아니겠군요.

  8. 아이디오 2011.12.21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교육에는 보수와 진보와 같은 정치적인 접근이 아닌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접근법이 맞다고 봅니다.
    인간의 가치에 맞는 상식적인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쉽게 답이 나오는 것을 학생을 인간이 아닌 그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참 안타까운 모습들을 너무도 많이 자주 봅니다.....

  9. 학생인데, 정말 속이 뻥뚫리는 느낌이네요 ㅠㅠ 2011.12.21 2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감사합니다 ㅋㅋ
    학생인권조례안은 당연한것이 명시되어있는거 뿐인데 ㅠㅠ 그것마져 반대하시는분들 보면 참 답답합니다

  10. I♥feynmam 2011.12.21 2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이 곳에서글을 읽으면 그러한 느낌이 듭니다.

    비유를하자면
    SOS프로그램에서
    수십년 동안 노예처럼 일만하다가
    PD와 인권단체회원이 도와주면서 수십년 동안 살아왔던 노예생활이 괜찮은 삶 정도로 느끼며 어리숙하게 일만 했는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된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