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끝내 제2의 장자연을 원하는가!

삼성전기 이은의 성희롱 사건을 보며

장자연은 미모의 연예인이었다. 특히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드라마에 출연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던 시기에 충격적인 자살소식이 전해져서 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연예인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사람이 이와 같은 사건에 휘말려 죽게 된다면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그렇게까지 고조될 수 있을까. 아니 지금 우리사회의 분위기라면 억울한 심정조차도 알리지 못하고 묻혀버리게 될 확률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만약에 그것이 거대한 조직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면, 그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야만 하는 사건이었다면 말이다. 요즘 삼성전기 성희롱 사건의 장본인 이은의 씨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삼성전기 전자영업팀에서 근무하던 이은의 씨는 2003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이 회사 상사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 이 일로 그녀는 2005년 6월 이 사실을 회사 측에 공식적으로 알렸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부서 내 따돌림과 인사상의 불이익이었다.

결국 이은의 씨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았고, 인권위는 “피해자가 성희롱을 겪게 된 일차적 책임이 삼성전기 측에게 있다.”고 밝히고 삼성전기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대상 교육 및 예방을 철저히 하라”며 “또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 등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사진출처 : 한겨레

그러나 삼성전기는 지난해 11월, 오히려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를 철회하라”며 어처구니없는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 판결을 정식으로 반박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한 가녀린 여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지난한 싸움을 통해 그녀는 삼성에 대해 언론이나 공기관이 관계사처럼 움직이는 모습들을 직접 체험했다. 최근 민우회를 통해 각 언론사에 전달한 보도자료도 정식 기사로 취급해 준 곳은 프레시안 한 곳 뿐이었다. 자신의 일이 어마어마한 수레바퀴에 맞물려 진실과 다르게 굴러가는 현실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이제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적 병폐에 끝까지 맞서고야 말리라는 소명감마저 생겨났다고 한다.

얼마전 그녀의 블로그(http://blog.hani.co.kr/pjasmine/18487)에 올라 온 글을 보며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분명 죽음을 생각했다.

“인권위를 갔던 시절의 나는 많이 아팠다.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쇠약해져 있었고, 인사팀이 보이는 안하무인과 사람들의 침묵, 가해자들의 거짓말이 만든 절망감에 그냥 태평로빌딩에서 뛰어내려 버릴까라는 충동에 휘청였다.”는 엄청난 대목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 것은 지금 그녀가 살아있기 때문일까. 복잡하고 경악할 일들이 넘쳐나는 한국사회, 죽음으로 항변 한다면 일간지 사회면 한 귀퉁이에 억울한 마음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은의 씨는 살아있다.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외롭고 처절하게 공룡같은 삼성이라는 조직과 그 조직 안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싸우고 있다.

이일이 있기 전 그녀는 영화를 좋아하고 틈나면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떨고, 글쓰기를 즐겨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이제 투사가 되어있다. 결혼도 해야 하고 결혼하면 예쁜 딸의 엄마가 되어야하는 데 어쩌다보니 이 사회의 부정부패와 싸우는 여권운동가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그 험난한 길로 접어든 그녀가 느끼는 고독은 한 마디로 우리 사회 힘없는 자, 조직의 생리에 저항하는 자에게 내려진 무시무시한 형별 그 자체다.

“그해 나는 유령이었다. 부서장이나 부서장이 두려운 부서원들은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고, 일하는 성과가 보여지는 모든 지표에서 나는 사라졌다. 그리고 공권력을 통해 구제의 노력을 시작하면서 다시 나는 유령이 되었다. 존재하지 않았다는 자료를 수십 장 수백 장을 내도, 내 자료는 말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이다. 만일 그녀가 제2의 장자연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이 외침이 자살 뒤에 발견된 유서의 한 대목이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땅을 치고 안타까워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을.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네티즌들의 양심과 정의감이 살아 움직이길 기대해 본다. 약자의 입을 틀어막고 무시무시하게 군림하는 언론과 비리에 침묵하는 조직, 그 비밀스런 생태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 기관을 흔들 수 있는 것은 네티즌이다. 거대한 재벌언론이 하지 못하는 일, 국가기관이 외면한 일, 재벌기업이 덮으려 했던 일들을 의식 있는 블로거와 네티즌들은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남의 일이라 생각지 말자. 이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당신 스스로의 일이며, 당신의 예쁜 딸들의 일이고, 여동생의 일이다. 딸이 없다고 방심하는 사람, 당신 부인의 일이요, 당신 어머니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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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터킨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