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브렉시트 대처법,

독일인의 진면목과 닮아 있어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연방의회 연설에서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한 독일과 EU의 입장을 대변하는 장문의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연설문 요지는 :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떠나려면 빨리 결별서류를 제출해라. EU라는 가족의 울타리를 떠나는 나라에게 건포도빵에서 건포도만 쏙쏙 빼먹는 짓과 같은 의무 없는 권리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투표 전 영국의 EU잔류를 위해 어르고 달래던 메르켈이 강경일변도의 입장을 발표하는 연설을 두 번이나 반복해서 들으면서 독일인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내가 만난 독일인들, 관공서에서, 은행에서, 학교에서, 혹은 이웃으로 만난 사람들에게서 이와 비슷한 모습을 은근히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20여년 가까이 살면서 내가 본 독일인들은 이웃이나 친구가 궁지에 몰렸을 때나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면 ‘천천히 해, 천천히.....’라며 충분히 생각할 기회를 주고 문제해결 방법에 대해 조언도 하고 충고도 하면서 그의 개인적인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다가와 ‘내가 해결해 줄게’라든지, ‘내가 도와줄 수 있어’라는 식으로 손을 내밀지는 않지만 당사자가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도와준다.

 

그러나 그가 만일 문제해결을 위해 윤리를 저버리거나 이 사회의 보편적 덕목에서 벗어난 길을 선택한다면 무서울 정도로 태도가 돌변한다. 내가 너를 언제 봤냐는 식의 얼굴 바꾸기는 보통이고 바로 자신의 관심사에서 이웃과 친구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이 경우에 따라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섬뜩할 정도로 잔인해 보이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이전에 친절했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이들은 역시 뜨거운 가슴보다 차가운 이성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구나.’다.


 

세금을 내는 많은 독일인들이 메르켈의 난민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다. 독일이라는 사회는 돈의 흐름이 투명하고 학교교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에 대한 정확한 안목을 지니고 있다. 대학을 나온 많이 배운 사람들이 아니라 중고등학교만 정상적으로 졸업해도 갖출 수 있는 상식이다.

 

 

때문에 하나의 정책이 발표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이익과 불이익이 올지 빠르게 감지한다. 메르켈의 이민정책이 국가적으로는 대의를 가질지 몰라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불을 보듯 확연하기 때문에 찬성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가 영국과 같이 거대 담론으로 확대되어 이 사회의 중요 의제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독일이란 나라에는 이보다 더 큰 담론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와 협력이다.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외면할 수 없다는 윤리, 또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가정에서 주구장창 듣고 자란 이야기가 ‘함께 가야 멀리갈 수 있다’란 말이다.


 

친구를 경쟁자가 아닌 함께 고지에 도달할 협력자로 키운 교육이 이 나라의 교육이었다. 1점과 2점은 있지만 1등과 2등은 없다. 학업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지 친구와의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많은 협동수업을 통해 부족한 친구를 도와주고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만 함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들도 잘 알고 있다.


 

독일 국민들의 난민정책에 대한 불만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는 사실을 메르켈 총리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과감하게 열린 이민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이유는 독일을 지배하는 보편적 정서가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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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터킨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