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터킨더의 새 책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가끔 한국을 방문하면 독일과는 전혀 다른 생활이 시작됩니다. 낮게 드리워진 스카이라인과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며 여유 있게 출발하던 하루가 갑자기 숨 가쁘게 돌아가지요.

 

직선으로 뻗어 올라간 아파트 숲 속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종종거리며 다니다 보면 하루 중 하늘을 바라볼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독일에 오면 다시 느릿하게 돌아가는 일상과 적막함이 어색해지곤 합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 신도시를 생각하면 사람, 사람, 사람, 아파트, 아파트, 그리고 지하철이 떠오릅니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살다 보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 좁은 땅에 사는 적지 않은 인구가 서울을 중심으로만 모여 있으니 더 번잡하고 건물로 채워져 있어 삭막하지요.

 

디지털이 온통 점령한 한국에 비해 독일은 불편한 아날로그의 세상이 여전히 존재하는 땅입니다. 독일에 사는 동안은 느끼지 못하다가도 한국만 가면 독일이라는 나라는 변화에 너무 둔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지요. 갈 때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는 한국은 볼수록 낯설고 눈이 휘둥그레지곤 합니다.

 

그에 비하면 독일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천년 세월의 역사를 보여 주는 시청 건물도 석탄 연기에 시커멓게 그을린 채 아직도 건재하고, 시내 중앙 광장엔 지금도 10년 전의 물건들이 그대로 거래되는 3일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 시장의 상인들도 1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지요.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구하기 힘든 생선을 늘어놓은 노점 상인은 예나 지금이나 네덜란드어 악센트가 진하게 묻어나는 독일어로 시끄럽게 거래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닭 날개를 사러 자주 들르던 가게도 간판이며 진열장이며 여전히 10년 전 그대로입니다.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차림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채도 높은 브라운과 그레이가 주를 이루는 재킷이나 카디건을 차려입은, 약간은 촌스럽지만 단정한 모습입니다.

 

2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유행이 한참이나 지난 정장을 말끔하게 다려 입고 장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기웃거리는 할머니들을 보면 마치 1960~1970년대의 장터에 서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독일 사회를 보면 더 이상의 부나 첨단 문명을 향한 변화에 크게 가치를 두는 것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성향 또한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사람도, 승진에 목을 매는 직장인도, 명예에 눈 먼 지식인도 흔치 않지요.

 

물론 인간이 사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러한 경향이 일반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더라고요. 이들은 불편한 독일을 환경 친화적이라는 고급스러운 용어를 사용하며 즐기는 것 같습니다.

 

독일에 살아온 세월이 어언 14년째입니다. 새책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와 함께 낮선 땅에서의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여행을 하며, 때론 사건 사고로 이 사회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이 내게만 흥미로운 작업은 아닐 것이란 생각에 책으로 엮어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 무터킨더의 새 책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가 21세기북스에서 출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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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홍보용으로 배정된 책이라서요. 이해해 주시길.... 

Posted by 무터킨더